순례를 따라가며 사진을 앞에서 찍을 수 없었다. 온몸을 내어놓는 경건하고 고요한 순례 행렬에 앞서가면서 사진기를 찰칵거릴 수는 없었다. 이튿날은 뒤에서 몇장 남기고 그냥 묵묵히 뒤를 따랐다.
순례단은 노고단에서 성삼재까지 내려오는 데 사흘이 걸렸다. 환갑이 다된 스님과 환갑이 아예 넘어버린 신부님이 주위의 걱정과 만류를 뿌리치고 절박하게 찾아나선 희망이 힘겹게 가고 있다.
사흘째 되는 날, 어둠이 걷히기 전 새벽 5시 순례단이 길위의 텐트와 차 안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켜 밥을 짓고 함께한다. 전날의 피로가 차가운 길위의 숙소에서 풀리기보다 차곡차곡 쌓이기만 하겠다. 이슬비가 자꾸 스친다. 비가 와도 순례는 계속 된다고 한다.
전체 순례는 두달 동안 노고단에서 계룡산을 간다고 한다. 처음엔 저렇게 어떻게 갈까 싶었는데 생각보다는 빨랐다.
희망도 그렇게 온몸을 내려놓는 속도로 더디지만 빠르게, 언젠가는 올까.
한국사회는 무너질만큼 무너져야 정신을 차릴 거라는 말을 하지만, 그렇지 않길 바랄뿐이다. 언제나 약하고 여린 것들에게 먼저 오지 않던가. 어쩌면 두 분의 완곡한 결심도 모든 여린 것들에 대한 연민이 아닐까 싶다.
망가진 저 무릎으로 오체투지를 나서다보니 팔로 일어서느라 팔과 어깨가 성치 못하다. 안타까움에 마웅저님이 모자로 스님의 땀을 식혀드린다. 한국에 온지 십년이 넘었지만 버마로 돌아갈 수 없이 이곳에서 버마의 민주화를 위해 일하는 마웅저님도 언젠가 한국이 그랬듯이 다시 고국으로 갈 수 있는 희망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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